2019년 1월 21일

박재원 크로스앵글 사업개발 매니저

논스는 '나는 특별한 존재구나'라고 생각하게 해주는 곳

남자랑 손 잡으면 대학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


중고등학교때까지 저는 주어진 시스템에서 착실하게 공부하는 모범생이었어요. 고등학교때까지 남자랑 손도 안 잡아봤죠. 손 잡으면 대학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 😳 저는 고등학교 2, 3학년때 여고를 다녔는데 축제 때 남고학생들이 와서 팜플렛을 나눠주잖아요. 그때 눈도 제대로 못 마주쳤어요. 제가 뭘 좋아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할 시간이 없었어요.


왜 그랬는지 생각해보면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똑똑하거나 특출났으면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있었을 것 같은데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성적까지 챙길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주어진 것을 열심히 했죠.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의식이었구요. 제가 딱히 하고 싶은 것이 없었으니깐 크게 불만도 없었어요.

"주어진 시스템에서 착실하게 공부하는 모범생이었어요. 제가 뭘 좋아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할 시간이 없었어요."

부모님이 원하던 삶


그런데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2학년때 스트레스로 인해 기흉이라는 병에 걸렸어요. 기흉은 폐의 일부가 약해지면서 폐 표면에 작은 기포들이 생기고 그 기포의 파열로 폐 속에 공기가 차는 질환이에요. 계속 기침을 많이 하니깐 처음에는 감기인 줄 알았죠. 그런데 어느 순간 밤에 너무 못 참겠는거에요. 그래서 바로 응급실에 가서 검사를 했는데 제 폐가 담배를 많이 피운 40대 아저씨 폐처럼 안 좋다고 하시더라구요. 2~3일만 늦었어도 죽었을 수도 있을 정도로 심각했어요.


저희 부모님은 제가 대학교 입학하자마자 행정고시를 봐서 공무원이 되기를 바라셨어요. 행시는 3차 시험까지 있는데 대학교 2학년때 1차 시험에 붙었죠. 이후 1년 정도 휴학을 했어요. 저는 원래 영어교육과였는데 이때부터 경제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이때부터 늦바람이 불었어요 😎 엄마, 아빠 몰래 클럽에 가기도 하고 세상에 재밌는 게 너무 많은 거에요. 2차 시험도 두 번이나 떨어졌어요. 공부는 안 하고 그냥 시간을 보냈죠. 마지막 시험은 시험 1주일전부터 집에만 누워 있었어요. 당시에는 행시 공부를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렇게 해서만이 공부를 안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일종의 도피였죠. 


이때부터 가족 갈등의 시기가 시작됐죠. 제가 부모님께 반항하는 것이 처음이었으니깐요. 지금 생각해보면 저와 맞지 않는 길이었던 것 같아요. 아빠는 항상 '여자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이 많으셨어요. 제가 갈 과를 정할때에도 사범대 자격증이 나오는 과를 갔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죠. 행정고시에 합격하지 못하더라도 선생님이 되기를 원하셨어요. 결국에는 신용회복 위원회라는 공공법인에 입사하게 되었죠.

"고등학교 2학년때 스트레스로 인해 기흉이라는 병에 걸렸어요. 2~3일만 늦었어도 죽었을 수도 있을 정도로 심각했어요."

신용회복 위원회와 퇴사


신용회복 위원회는 금융위원회 산하에 있는 공익법인이에요. 특별법인으로 공공기관은 아니라서 독립성이 보장되죠. 한은이나 금감원도 공익법인이에요. 안정적이기 때문에 입사하겠다고 생각했죠. 신용회복 위원회에서는 금융위원회에서 각종 제도를 만들고 발표를 하면 해당 제도를 실질적으로 적용하고 개선하는 일을 해요. 들어가서는 제도기획부에서 일했어요. 제도를 협약이나 시스템에 반영을 하는 업무를 많이 했죠. 저는 '일반적인 회사원'으로 살았던 것 같아요. 월급을 받으면 카드를 긁고. 처음에는 제가 돈을 번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죠. 여행도 가고 옷도 사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았죠. 연애도 하고요 (ㅎㅎ) 또 나름 새로운 일이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했죠.


하지만 3년차부터 현타가 왔죠. 제가 젊은 여자로서 들어가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희가 본부에 100명이 근무하고 실제로 채무자와 직접 마주하며 하는 업무를 나머지 200명이 담당하고 있어요. 공익법인이다보니 전문성이 없어도 보직이 주기적으로 순환돼요. 지방 근무를 할 수도 있고 실제 채무자와 마주하는 업무도 많죠. 제 자신을 돌아보니 지금이 가장 생산성이 높은 시점이라고 생각했어요. 결혼도 아직 안 했고 어렸잖아요. 주변을 둘러보니깐 결혼을 하거나 아이가 있으신 여성분들은 대부분 지사에 있더라구요. 그것을 보고 언젠가 가게 될 지사에서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할 수도 있어 힘들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죠. 선배한테 이러한 고민을 털어놓으니 '보통 3, 6, 9때 온다'고 하시면서 6년차에는 이런 고민을 해도 못 나간다고 말씀하셨죠. 안정적이고 좋은 직장이었지만 제가 원하던 삶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결국은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죠.

"주변을 둘러보니깐 결혼을 하거나 아이가 있으신 여성분들은 대부분 지사에 있더라구요. 그것을 보고 언젠가 가게 될 지사에서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할 수도 있어 힘들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죠"

코드박스(Kodebox) 입사


논스에 처음 와서 아침 일찍 혼자 공부하기로 마음 먹었어요. 당시에 시은이 오빠가 같이 출석체크를 하자고 해서 아침 8시에 나와서 블록체인을 공부하기 시작했죠. 그 때 코드박스 조미선 이사님께서 저를 보시고 저 친구는 뭐하는 친구인지 물어보셨대요. 시은이 오빠가 백수라고 했어요 👻 그때 코드박스도 채용을 하던 때라서 미선님과 티타임을 가졌죠. 당시 코드박스에서 주최한 STO Connect라는 밋업도 했었고 밋업에 참가하면서 다양한 모습의 암호화폐 및 토큰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죠.


서광열 대표님의 인품도 입사를 결정하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겉으로는 매우 유해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확실한 성격이고 뛰어난 사업가적 기질을 갖고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개발 역량과 사업 역량 둘 다 갖추기 힘든데 두 가지 면을 다 갖추신 분이시기도 하셨고 유머러스하시기도 하셨어요. 결국 옳은 길을 찾아가실 수 있는 분이라는 확신이 들어서 그러한 길을 함께 가고 싶었죠.

논스는 '나는 특별한 존재구나'라고 생각하게 해주는 곳


논스에 입주한지 한 달 정도 됐는데 내 감정에 집중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어요. 논스에서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스스로가 '나는 특별한 존재구나'라고 생각하게 해주는 곳인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는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을 지는 행위 자체가 저한테 엄청 큰 힘이 됐어요.


제가 퇴사할때 선물로 받은 책 중에 좋아하는 구절이 있어요. 제 학교 후배가 준 책인데 그 친구는 글 쓰는 데에 흥미가 있어서 출판사를 다니다가 나와서 자기 출판사를 차리려고 하고 있어요. 책 제목은 '너무 한낮의 연애'라는 책인데 단편소설들의 묶음집이라고 볼 수 있어요. 아래 구절인데 이 친구가 제게 책을 선물해주면서 선택의 기로에서 '너의 방식이 있을거다'를 이야기해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가 투쟁을 결심하듯 굴뚝 위로 오르는 마지막 장면은 윤리적이고 온당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정작 이 소설이 마음을 뒤흔들어버리는 순간은 남자가 십여년만에 소파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는 내용이다. 숨을 쉬며 살아가고 있다고 해서 다 같은 밀도의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수시로 자살시도를 할 정도로 만신창이이기에 스스로를 고양이에게 간섭받는 객체로 여긴 채 간신히 생존해 오던 남자는 문득 자신을 소파에 앉아도 되는 존재로 받아들인다. 자기 몫의 자리를 갖겠다는 작은 의지. 그것은 집을 나간 고양이들이 모두 죽는 것이 아니라 군집해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이후에 싹튼다."
"고양이는 어떻게 단련되는가? 누군가가 찾아내 원래의 자리에 되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바깥에서 스스로 자신의 자리를 새로 찾는 고양이들만 비로소 단련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주인공은 그렇게 무성의한 직능과 계발의 세계를 떠나 무력하지만 존엄이 있는 연대의 세계로 향한다."

회사를 다닐때는 중요한 이야기를 하거나 친구를 만나려면 따로 약속을 잡아야 했어요. 하지만 논스에서는 그냥 열린 마음을 지닌 친구들이 항상 옆에 있으니깐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최근에는 논숙자완섭이와 성동이가 논스 라운지에서 족발과 술을 먹고 있었어요. 한 시간 정도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했는데 너무 좋았어요. 그러한 순간순간이 모두 좋은거죠.

"많은 사람들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는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을 지는 행위 자체가 저한테 엄청 큰 힘이 됐어요"

크립토 터틀과 폴 댄싱


매주 토요일 아침 논스에서 크립토 터틀이라는 스터디 그룹에 참가하여 블록체인을 공부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스탠포드에서 열린 블록체인 학회 BPASE(Blockchain Protocol Analysis and Security Engineering)에 나온 내용들 중에서 관심있는 분야 하나씩을 맡아서 발표하고 있어요. 최근 저는 '게임이론과 네트워크 공격: 어떻게 비트코인을 파괴할 수 있는가(Game Theory and Network Attacks: How to Destroy Bitcoin)'이라는 내용을 공부해서 발표했고 시은이 오빠의 경우에는 블록체인 프라이버시 솔루션 중 하나인 밈블윔블(mimblewimble)에 대해서 발표를 했어요. 평소에 자기가 관심이 있던 어려운 학문적인 내용들을 공부하고 쉬운 용어로 해석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요. 넓고 깊게 공부하는 거죠 :)


취미로는 폴 댄싱을 하고 있어요. 2015년 취업준비할때부터 시작했어요. 힘들어서 스트레스를 받는데 해소할 곳이 없어서 '뭐하지?' 생각하다가 재밌어 보여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저의 삶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었어요. 폴 댄싱을 할 때에는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아서 스트레스를 푸는 좋은 수단이 돼요. 필라테스나 요가도 많이 했었는데 폴 댄싱은 레벨이 있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이전에 못했던 동작을 성공시키는데서 오는 쾌감이 있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