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22일


진화적 분산조직으로서의 논스

개인의 목표가 조직의 목표에 우선하는 유기적이고 비정형적인 분산조직

논스(nonce)는 “블록체인ers(현 스튜디오 디센트럴)”라는 블록체인 전문 유튜브 채널을 바탕으로 성장한 커뮤니티입니다. 2017년부터 블록체인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자유롭게 집으로 초청하여 지식과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삶을 공유하며 성장해왔습니다. 2018년 9월부터는 강남, 역삼역 부근에 최대 100명이 함께 일하며 살 수 있는 코리빙/워킹 스페이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커뮤니티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지속가능성확장성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습니다. 다양한 의견이 있었지만 커뮤니티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조직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 동의했습니다. ‘어떤 구조를 통해 돈을 벌 수 있을까?’ 고민을 하며 주변을 둘러보니 크게 두 가지의 구조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기존 주식회사와 같이 직원을 고용하고 명확한 역할과 책임을 부여하는 구조였고 두 번째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이 토큰을 바탕으로 한 분산화된 자율조직의 형태였습니다.


논스의 경우 후자가 매력적인 옵션이라 생각되었지만 토큰 기반의 분산화된 자율조직으로 운영하기에는 토큰의 역활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설정하기에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었으며 공간관리와 같이 수직적인 조직구조가 더 효율적인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현재 논스는 중앙화와 분산화를 적절히 섞은 혼합된 형태의 조직구조를 통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본 글의 목적은 진화적 분산조직(evolutionary decentralized organization)으로서의 논스의 조직구조를 설명함으로써 미래의 조직구조 - 이와 더불어 자본주의의 미래 - 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고 논스와 협업을 희망하시는 개인이나 기업들도 논스와의 협업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생각해보실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논스 커뮤니티는 “논스(nonce)”라는 동일한 명칭을 사용하는 영리법인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영리법인으로 설립한 이유는 커뮤니티 빌딩이 매우 어려운 작업이고 최고의 인재들의 참여가 요구되는 만큼 확실하고 매력적인 재정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많은 훌륭한 커뮤니티들이 명확한 의사결정구조와 인센티브의 부재로 인해 오랜 기간동안 지속가능하지 않거나 일정규모 이상으로 성장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고 판단했습니다. 논스는 ‘미래 혁명가들의 베이스캠프(basecamp for future rebels)’로서 대규모 사회체제의 변화를 이끄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자본주의와 시장의 원칙을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포용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기존 기업조직과 논스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기존 기업조직에서는 조직의 목표가 개인의 목표에 우선하는데 반해 논스에서는 개인의 목표가 조직의 목표에 우선한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겉으로는 직원들의 성장과 행복을 외치지만 전체 조직의 목표를 위해 자신의 진정한 목표를 희생하며 발생하는 욕구불만과 스트레스를 달래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조직의 목표가 개인의 목표에 우선한다는 최상위 원칙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들이 이야기하는 직원들의 성장과 행복은 반쪽짜리일뿐입니다.


논스에서 일을 하는 모든 사람은 자신들의 핵심업무가 그들의 인생의 최상위 비전과 가치와 강력하게 일치해야 합니다. 논스에는 전사 목적 및 전략(company-wide objective and strategy)이 없습니다. 누구나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자신의 꿈을 들고 논스에 올 수 있습니다. 논스는 꿈의 실현에 필요한 다양한 도구와 메커니즘(e.g. 커뮤니티 금융 - 보험과 투자, 인적 네트워크, 마케팅 채널, 공간, 문화)을 갖추고 이를 통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입니다.


따라서 논스의 궁극적인 목적과 발전방향은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라 논스 멤버들의 가치와 비전에 의해 연속적이고 동적으로 변화합니다. 진화의 과정과 비슷하게 논스의 발전과정은 유기적이고 비정형적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희에게 가장 어려우면서도 재밌는 질문은 “논스란 무엇인가?”입니다. 그 누구도 쉽게 답할 수 없으면서도 한 사람 한 사람 자신의 가치관과 믿음에 따라서 다양하고 창의적인 답변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특징없음(featureless-ness)은 논스의 가장 큰 특징(feature)입니다 (*인터넷 상에서 “Featurelessness is the greatest feature of Ethereum”이라는 말을 듣고 이를 참고하였으며 출처는 불분명하나 Consensys의 Joseph Rubin이 Podcast에서 발언한 것으로 추정)

"논스는 꿈의 실현에 필요한 다양한 도구와 메커니즘(e.g. 커뮤니티 금융 - 보험과 투자, 인적 네트워크, 마케팅 채널, 공간, 문화)을 갖추고 이를 통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입니다."

위와 같이 모든 멤버들이 그들의 핵심업무와 최상위 비전과 가치가 강력하게 일치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자기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논스와의 협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내가 가장 사랑하고 인생을 바쳐서 추구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이해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노련한 사업가라 할지라도 자신의 최상위 비전과 가치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면 논스와의 협업에는 어려움이 많을 수 있습니다. 반면 경험이 부족하더라도 나의 최상위 비전과 가치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열정이 있다면 다양한 가능성을 함께 탐구해볼 수 있습니다.


논스는 높은 수준의 자기이해를 지닌 훌륭한 파트너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할 계획입니다. 업무의 중첩성, 비즈니스 경험, 자금투입 등 다양한 요인들을 바탕으로 간단한 협업관계부터 인큐베이션, 사내벤처, 합작투자(joint venture), 컴퍼니 빌딩 및 자회사까지 다양한 구조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렵고 불합리한 사회의 편견과 시스템을 거부할 수 있는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 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충분한 용기를 지니고 있지도 못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용기는 전염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주변을 용기를 갖고 꿈을 꾸고 도전을 하는 사람들로 오랜기간 가득 채운다면 어느샌가 자신도 훨씬 더 용기가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당장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더라도 인생에서 꿈을 향해 도전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며 일하다보면 자신에 대한 이해도가 점차 높아질 것이라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기회가 생길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희 논스에서는 같이 살고 일하며 인생을 깊게 나누는 커뮤니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지속적으로 그 깊이와 너비를 키우고자 합니다. 


현재 형태의 논스의 조직구조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분산 거버넌스, 새로운 조직구조의 형태로서 많이 언급되는 홀라크라시(holacracy) 혹은 Frederic Laloux의 조직의 재발명(Reinventing Organizations) 뿐 아니라 다양한 조직구조 실험들과 저희들의 직접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설계되었습니다. 이들은 비슷한 점들도 많이 있지만 차이점도 있습니다. 주목할만한 차이점으로는 홀라크라시는 분산화된 의사결정 방식에 관한 것으로 (논스의 경우처럼) 회사의 존립목적 자체가 분산화된 형태로 진화해나가는 것과는 관계가 없으며 (비트코인의 경우처럼) 회사 외부 - 비트코인의 경우에는 내외부의 개념 자체도 애매하지만 - 의 인적자원과 어떻게 협업할 것인지, 혹은 더 나아가 ‘회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노력도 아닙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오히려 논스가 국가 혹은 도시의 운영방식과 오히려 흡사한 면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예를 들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궁극적인 존재의의는 각 국민들의 필요에 의해 총체적으로 결정되는 것처럼). 


논스의 조직구조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경험과 자원이 축적되면서 점진적으로 진화해나갈 것입니다. 커뮤니티의 규모에 따라서도 효율적인 조직의 모습이 달라질 수도 있고 커뮤니티 화폐를 도입한다거나 한국 이외의 지역으로 확장하면서 다양한 문화적 요인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많은 것들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저희는 한 가지 확고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특히 한국의 경우) 지배적인 조직구조는 개인의 꿈과 창의성을 향상시켜주는 대신 말살시키는 형태로서 개인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산화된 조직구조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이를 위해 저희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조직구조의 실험을 진행하고 이를 공유할 예정입니다.